혹시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Minneapolis Institute of Arts) 에 가본 적이 있는가? 2층의 절반이 거대한 아시아 전시관인데, 그 중 반은 중국, 나머지 반은 일본 유물과 예술작품, 그리고 모형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꼭 우리 한반도의 지리적인 위치처럼 중국실과 일본실 사이에 조그마한 방이 하나 있다. 바로 206호실, 한국실 (Gallery of Korean Art)이다. 그리고 그 팻말 아래에는 이 전시실이 1998년에 개관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한 Fred and Ellen Wells 부부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 미술에 대한 최초의 큰 후원자였던 루이스 W. 힐 2세(1902-1995)의 열정적인 유물 기증으로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규모는 다른 덩치 큰 아시아관에 비해 미미하지만 시대별 귀한 유물들이 꽤 있고, 무엇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작품들을 이렇게 먼 타지에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운 일이었다.
또한 지난 2010년 초에는 미네소타대학교에 위치한 와이즈먼 미술관 (Frederick R. Weisman Art Museum) 에서 특이하게 '한국가구 전시회'가 개최된 적이 있다. 알고보니 와이즈먼 박물관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몇 안 될 정도의 많은 한국가구유물을 가지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정치학자였던 에드워드 라이트 박사(Dr. Edward Wright Jr.)가 60-70년대 한국에서 본인의 월급을 쪼개 사온 것들이다. (전시회의 설명을 읽어 보면 교수의 월급으론 어림 없는 일이었는데, 전쟁 후에 먹고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가구라도 팔아 끼니를 때우려고 했던 사람들 때문에 가능했었다고 한다.)
미네소타에 있는 이러한 한국 고미술품이나 유물 등의 대부분은 한국을 직접 방문했거나 한국과 관계를 맺었던 몇몇 미국인들의 노력에 의해 마련된 것들이다. 문제는 작게나마 우수한 한국의 유물이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이러한 기회들조차 확대되기는 커녕, 답보상태이거나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들이 미네소타에 이민을 오기 시작한 것도 50여년이 훌쩍 넘었고, 이제는 이민 1세대들뿐만 아니라, 1.5세대나 2세들도 미국 사회에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한인 1세대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녀 세대들은 한국에 대한 애착도 부모세대만 하지 못하다보니, 이러한 문화를 배우거나 접할 기회도 동시에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2세들은 미국 내 타 대도시 지역들로 직장과 교육 등을 위해 이주하는 경우도 많아서, 점차 이러한 한인 커뮤니티의 영향력,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등이 예전보다 많이 약해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한인사회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립과 완전한 흡수 사이의 균형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되, 미국 주류사회와도 긴밀하게 소통과 융화를 계속적으로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자녀세대와 미국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한국문화알리기는 단기적인 경제적 효과가 눈에 쉽사리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보다 훨씬 중요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더욱이 미네소타에는 미국의 어느 주보다도 입양인들과 그들의 양부모가 많이 있고, 이들은 남달리 한국 문화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프레드 웰스가 기증한 고려시대의 '청자표형주자'
이를 위하여 우리 미네소타에도 정말 괜찮은, 다음 세대에게나 미국인들에게도 기꺼이 권할 수 있는 한인문화센터가 건립되었으면 좋겠다. 미네소타에 사는 누구에게나 한국이 어떠한 나라인지,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언제든 쉽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곳에서는 한국 예술품 전시회, 공연 개최, 영화 상영 등을 할 수도 있고,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심도있는 심포지엄이, 삼국시대의 유물에 대한 큐레이터의 강연이 열릴 수도 있다. 또한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한국 친구를 사귈 수도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특별전을 성황리에 시작했다. 또한 지금도 LA, 뉴욕, 워싱턴 DC 에서는 한국문화원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구한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웃의 시카고에서는 한인문화회관이 최근 건립되어 이러한 역할들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한국이 좋아서 수많은 한국 유물을 수집하거나 한국실 개설에 힘을 쏟아부는 미국인들처럼, 주위를 찾아보면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이러한 문화센터 건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또한 미네소타 한인 우리 자신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또한 가능하다면 한미 정부와 기업들의 후원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이를 꿈꾸며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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